디자인뷰키즈 | 이용후기

모바일메뉴열기

DESIGNVIEW KIDS

COMMUNITY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후기를 남겨주세요.

스타베팅 이용후기

작성자 라일락 | 날짜 2023/08/18 | 첨부 -

이사벨라 벨로치를 황후로 삼겠다는 황명이 내려온 탓이었다. 딱히 별궁에 큰 변화가 있던 건 아니었다. 시녀장 체르티가 신난 듯 방으로 뛰어 들어온 탓에 스르륵 잠에서 깨고 말았다.

“황후 마마!”

평소라면 흥분하지 않는 그녀였던지라, 난 비몽사몽 일어나서 그녀를 올려다봤다.

“소, 송구합니다. 제가 흥분해서…… 그만…….”

“아니에요.”

아직도 아이들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르델로를 안아서 자신의 방으로 데려다줄 사람이 있을까요?”

“아! 바롬에게 말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며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아직 자고 있는 샤샤를 안아 들어서는 침대로 걸음을 옮겼다.

그사이 체르티가 바롬을 시켜 르델로를 데려다준 건지 샤샤를 침대에 눕히고 나오는 사이 르델로는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행동이 참 빠르긴 하네.”

난 아까 아이들과 누워 있던 벽난로 앞으로 갔다. 바뀐 것 없이 벽난로는 여전히 따뜻한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온몸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다리를 굽힌 채 얼굴을 파묻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체르티가 다시금 들어왔다.

“저…… 황후 마마. 황태자 전하께서는 바룸의 품에 안겨 본궁으로 가셨습니다. 그리고 본궁에서 새로이 별궁으로 인력을 보내 준다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체르티가 필요하면 쓰고, 아니면 안 써도 될 것 같아요.”

“알겠습니다. 그보다 말씀 편하게 해 주세요. 이제는 황후 마마가 되신다는 정식 황명도 내려왔으니까요.”

“그럴게요. 아니 그럴게.”

“그리고 황태자 전하와 샤넨시아 님이 가지고 노시던 물건들은 한편에 잘 정리해 두었습니다.”

“다른 이들이 보지 않게 무언가로 덮어 줘. 아이들이 비밀을 지키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그 말에 그녀는 아, 하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않아도 미리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절대 황후 마마께는 보여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그래서 잘 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응.”

그 이후 잠시 동안 대화는 없었다.

참 이상했다. 왜 황명을 받고도 마음이 이리 가라앉는 걸까. 그저 악역 꿈나무가 될 샤샤의 언니가 되었고, 소설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 그저 황후가 되려는 것뿐이었다.

그 모든 게 다 내 뜻대로 되었는데, 마음이 왜 착 가라앉는 걸까.

‘멜로딘의 말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고, 이미 다 아는 사실이고 내 목적은 황제의 사랑이 아니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했다. 내가 황제에게 가질 거라고는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이상한 마음이었다.

“하아…….”

“고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오늘은 그냥 혼자 있고 싶네.”

“알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편히 말씀해 주세요.”

진심으로 기뻐하던 체르티는 급격히 차분해져서는 밖으로 나갔다.

‘내가 맞는 걸까. 내가 맞는 길을 가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때였다. 노크 소리가 한 번 들리고 문이 열렸다. 체르티가 그사이 또 들어온 건가 싶어,

시선도 주지 않고선 벽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뚜벅뚜벅 걸어서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체르티 오늘은 혼자…… 아, 리안.”

체르티라고 생각했는데, 내 옆에 앉은 건 리안이었다. 한쪽 손에는 와인병, 다른 손에는 와인 잔을 들고선.

“혼자 있고 싶나?”

“아, 아니에요.”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고선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뻐……해야겠죠? 기쁜 일이니까요.”

그는 와인 잔을 하나 내려놓고선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빼내었다. 이미 와인을 따서 가지고 들어온 건지, 코르크 마개는 쉽게 빠졌다. 그러자 진득한 와인의 향기가 주변을 감쌌다.

리안은 와인 잔 중 하나를 들어 잔을 가득 채웠다. 그러고선 그걸 내게 내밀었다.

우물쭈물하던 내가 그것을 받아 들자, 그는 나머지 잔을 채우고선 잔을 높이 올렸다.

“그럼, 축하주라도 들지.”

“아…….”

내가 어색하게 와인 잔을 들고 있자, 그는 와인 잔끼리 부딪히고선 적와인을 빠르게 삼켰다. 그러고선 다시금 와인 잔을 채웠다.

“그대는 이제 누가 뭐라 해도 황후다. 물론 아직 절차들이 조금 남긴 했지만.”

“네.”

뭐라 해야 할까. 난 그 잔을 가만히 든 채 리안을 바라봤다. 뭐라 말해야 하는데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급히 말을 돌렸다.

“리안.”

“응?”

“그때 도서관에서 나간 이후로…… 실험해 봤어요?”

실험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가 뒤늦게 생각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거. 별 소용 없더군. 여전히 여자가 옆에 오면 상태가 좋아지지 않아.”

“어떤데요?”

“손발에 땀이 나고, 정신이 아득해져. 불안감에 손도 덜덜 떨리지.”

“아.”

왜 그 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기뻐하고 있는 걸까.

왜 마음이 갑자기 들뜨고 있는 걸까. 리안에게 오로지 괜찮은 사람은 나뿐이라서?

내가 생각해도 너무 못돼 먹은 것 같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벨라.”

“아…… 아니…… 그게.”

“어차피 여성 혐오가 고쳐질 거라는 생각은 평생 해 본 적도 없었다.”

이미 와인을 세 잔째 마신 그가 무표정하게 나를 바라봤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나는 이상하게 확증을 받고 싶어 리안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번엔 기대했던 거 아니에요?”

“그랬지. 나도 모르는 사이 그대와 함께 있으면서 나은 게 아닐까, 아주 잠시 그런 생각들을 했었지. 결국은 틀렸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아주 조금 괜찮아졌다. 아직 벨라 당신이 아니면 여전히 힘들긴 하지만.”

“아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황제는 조금 머뭇거리다 이야기했다.

“이번에 연락을 받았다. 본인과 만나자고.”

황제에게 연락을 했다고? 르델로의 모친에게서 연락이 온 걸까?

“아주 멍청한 작자이지. 황제인 나한테 혼자 나오라니. 아무래도 내가 여성 혐오 때문에 자신을 혼자 만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 모양이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저렇게 말해도 되는 걸까. 유달리 날을 세우고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계속해서 내 부름에 응하지 않는다면 그냥 끌고 올 생각이다. 그대가 내게 길을 알려 주었으니.”

“네…….”

“보육원장 주제에 뭘 숨기는 거고, 뒤에 누가 있길래 그렇게까지 당당히 구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육원…… 네?”

사랑하는 사람이 보육원장이었어? 난 놀란 기색으로 그를 바라봤다.

“왜 그리 놀라지?”

“여성 혐오가 나으면 만나고 싶어 하던 사람이…… 보육원장이었어요?”

“그래.”

“다른 사람이 아니고요?”

“전혀? 그 여자를 보는 것 말고는 다른 여자를 만날 생각조차 없었다.”

아 하는 탄식을 내뱉으며 눈만 깜빡였다. 이게 무슨 소리람.

다시금 사랑하는 여인의 손을 잡을 수 있게 되어서 좋아했던 게 아니었나.

도서관에서 기쁜 듯 사라지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지만…… 기뻐하셨잖아요.”

“지난번 연락했을 때 보육원장이 그러더군. 만나 줄 의향이 있으니, 독대하자고.”

“아. 그건 폐하가.”

“여성 혐오 때문에 둘이 만날 수 없다는 걸 알고선 그러는 거지. 나를 비웃듯이 말이야. 그래서 그 여자를 직접 만날 생각에 기뻤다. 단지 그뿐.”

그뿐. 감정 하나 없는 그의 말, 우습게도 그 말에 스타베팅 모르게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이렇게 감정이 오고 가는 건지.

난 그가 따라 준 와인을 홀짝 마셨다.

“이제야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나.”

“네?”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황후가 되길 바랐으면서, 황후가 되는 게 그리 싫은 건가.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더군. 너와 마주하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는 와인을 빠르게 삼켰다.

나도 나를 모르는데, 당신이 어떻게 나를 알겠어요.

미로에 빠진 기분이다.

그사이 리안은 빈 내 와인 잔에 와인을 쪼르륵 따랐다. 술에 취하는지 밤에 취하는지도 모르는 채 나는 그렇게 마시고 또 마셨다.

타닥타닥 장작이 타들어 가고, 밤도 타들어 가고. 이상한 용기는 그와 반대로 차올랐다.

우지끈하며 커다란 장작 하나가 부러지면서, 내 이성의 끈도 툭 끊어졌다.

하고 싶었으나, 묻고 싶었으나 묻지 못한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랑하는 분 계시잖아요.”

술이 들어가면 사람이 조금은 용감해진다고 해야 하나. 속에 있던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왔다.

“아.”

“아닌가요?”

“맞아. 사랑이 아니라 생각했는데, 조금 그런 쪽의 감정인 거 같더군.”

“역시.”

내 질문에 그는 피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냐는 그 질문. 피해 주길 바랐는데. 예전처럼 아무 대답 하지 않길 바랐는데.

마음 어딘가가 슬펐다. 그녀를 통해 혐오니 뭐니 그런 오만 가지 말을 해도 결국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거겠지.

“그렇구나……. 많이 사랑해요?”

“그래. 빌어먹게도 많이 사랑하는군.”

당장 여성 혐오를 없애고 싶은 건 보육원장 때문일지 몰라도, 궁극적인 목표는 그녀 때문인 게 맞았다.

그 사람을 위해 그런 거라고. 사랑하는데 가까이 다가가지 못해서, 그래서 여성 혐오를 이겨 내고 싶은 거라고.

바보 같게도 잠시 들떴던 마음이 빠르게 식어 갔다.

“좋겠……다.”

“응?”

“아니에요. 그냥, 그냥…… 비겁하네요.”

그렇게 좋아하면, 그 사람을 황후로 앉히지 그랬어요.

“질투심 유발하려는 거…… 그만해요…….”

“질투심 유발?”

“나를 통해서 하려는 거잖아요.”

처음부터 그럴 용도로 데려온 거잖아요. 내가 당신을 필요로 했고, 당신은 르델로를 키워 줄 새엄마가 아니라 르델로의 모친을 나타나게 하려는 그런 존재가 필요했던 거잖아요.

우리는 별 사이 아닌데, 우리는 그저 계약 관계일 뿐인데 멜로딘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어느새 내 마음에 불편하게 자리 잡았다.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는데, 나도 모르게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내가…… 너를 통해서 질투심을 유발시키려 했다고?”

“네.”

“누구에게?”

“사랑하는 사람의 질투심을 유발시키려 한 거잖아요.”

여전히 황제는 이해할 수 없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게…… 그렇게 되나…….”

“그러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목소리가 떨렸다.

“원하는 대로 해 줄게요. 그러니까 그러지 말아요.”

원하는 대로 황후 자리에서도 얌전히 물러날 테니까, 원할 때,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올 때 알아서 물러날 테니까 이런 거 하지 말아요.

이용해 달라고 말했고, 이용당하는 건 괜찮다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서 난 그에게 매달리듯 말했고, 황제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벨라.”
  •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삭제

비밀번호를 입력하세요

    이전글   |    이전글이 없습니다.
    다음글   |    롤 벤픽후닫 이용후기

협력사